전체메뉴

검색

이메일보내기

국제정치·사회
[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104> 신장위구르 지배하는 ‘현대판 둔전제’···코로나·탈레반·인권 충격에 부실 커져

■중국의 특수 지방조직 ‘신장생산건설병단’

지난 9월 15일 제14회 중국 전국체전 개막식에서 ‘신장생산건설병단’ 체육 대표단이 다른 31개 성·직할시·자치구 대표단에 이어 입장하고 있다. /CCTV




중국 방역 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매일매일 코로나19 확진자 통계가 집계돼 발표되는데 이중에서 흥미를 끄는 부분이 있다. 지난 12일자 국가위건위 홈페이지에는 “10월 11일 0~24시 31개성(자치구, 직할시) 및 신장생산건설병단(新疆生産建設兵團)에서 12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됐고 모두 외국에서 유입 사례다”는 대목이 있다.

일단 ‘31개 성·자치구·직할시’는 중국 전체의 일반 행정구역을 말한다. 중국에는 모두 4개의 직할시, 5개의 자치구, 22개의 성이 있다. 여기에 ‘신장생산건설병단(Xinjiang Production and Construction Corps·XPCC, 약칭으로 ’병단‘)을 병렬하는 것을 보면 이것이 다른 성급 행정구역과 동급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에는 생소하지만 엄연한 행정구역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장생산건설병단의 독자성은 스포츠에서도 나타난다. 지난달 산시성 시안에서 개최된 제 14회 중국 전국운동회(전국체전)에 대표팀을 파견해 참가했고 TV로 중계된 개막식에서 이들은 31개 성·자치구·직할시 대표단과 함께 자신의 깃발을 들고 행진하면서 존재를 확인시켜줬다.

신장(新疆·신강)은 중국 서부의 신장위구르자치구를 의미한다. 생산건설병단이라는 의미는 군대조직(병단)이지만 ‘전투’보다는 ‘생산’과 ‘건설’에 집중한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이들이 경영하는 것은 ‘현대판 둔전(屯田)’인 셈이다.

신장생산건설병단이 신장위구르 지역 내에 만들어진 것은 공식적으로 1954년이다. 중국 공산당군은 중화민국을 대만으로 밀어낸 후 신장위구르 원정에 나서 1949년 이곳을 점령했다. 그러는 가운데 공산당 군대 가운데 일부가 남아 둔전식으로 조직을 바꾼 것이 바로 현재의 신장생산건설병단의 기원이다. 중국식 표현으로는 둔간수변(屯墾戍邊·둔전을 경영하고 변경을 지킨다)이다.

원래 중국의 군대가 현재의 신장위구르에 첫 발을 디딘 것은 기원 전후 때인 한나라 시기다. 이른바 서역 원정의 결과물로서 이 지역을 지배했고 군대를 주둔시켰다. 다만 이들 부대들의 보급품을 중국 본토에서 공급하기는 너무 멀었기 때문에 둔전을 경영하며 현지 조달을 했다. 이후 당나라나 청나라 때도 비슷한 조직이 있었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보급품 조달이 어려울 리는 없다. 신장생산건설병단이라는 형태에 대해 외국인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신장생산건설병단의 목표는 오히려 적극적인 측면에서 파악할 수 있다. 중국 한족과는 다른 민족, 다른 종교, 다른 경제를 가진 신장위구르 지역의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독립세력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군대 조직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같은 이민족 지역인 티베트와 내몽골에는 이런 조직이 없다.

신장생산건설병단이 처음 설치된 1954년 병단의 인구는 27만명이었다. 군 병력이 10만명, 나머지 가족과 군속이 17만명 가량 됐다. 이들은 중국 본토에서 몰려온 사람들이다. 때문에 병단의 주둔 지역은 기존 행정구역과는 분명히 분리가 됐다. 신장위구르자치구 안에 병단 지역이 산재했다.

2019년 현재 병단의 인구는 325만명으로, 관할 토지는 7만600㎢이나 된다. 이런 규모는 중국에서 가장 작은 성급 단위인 닝샤회족자치구(6만6,400㎢) 보다 크다.

병단의 특징 중 하나는 한족 부대라는 것이다. 앞서 2008년 통계에 따르면 병단 구성원 가운데 88%가 한족이었다. 위구르족는 7%, 회족은 3%, 카자흐족이 1% 내외에 불과했다. 신장위구르에 점점이 박혀있는 한족 부대인 셈이다.

다만 현재 병단의 군사적 역할은 상당이 희석된 상태다. 인도·아프가니스탄 등과의 국경 방어는 신장위구르와 티베트를 관할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서부전구 사령부가 맡고 있다. 병단은 필요시 예비군이나 민병대로 쓰인다. 일부 외신에서 ‘준(準)군사조직’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다.

중국 신장위구르에서 면화를 수확하고 있다. /신화망


병단의 특징은 군대와 일반 행정의 복합이다. 이에 대해 중국 식으로는 ‘당(黨, 공산당)·정(政, 국가사무)·군(軍)·기업(企業)이 통합된 특수조직’이라는 표현을 쓴다. 병단의 조직 구성은 사(師)-단장(團場)-연대(連隊) 체계로 구성돼 있다. 일반 행정구역인 시(市) 규모의 ‘사’는 병단에 모두 14개가 있다. 이는 중국내 행정체제가 군과 일반행정이 분리돼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병단 및 그 하부조직인 ‘사’는 독자적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광산을 개발하며 농사와 목축을 하고 행정을 통해 소속민을 지배한다. 즉 병단 자체가 하나의 거대 기업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수천개의 자회사를 갖고 있는데 이중에서 10여개는 증시에 상장돼 있기도 하다. 또 병단은 독자적으로 대외 무역을 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병단은 학교와 병원 등 사회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1965년 저우언라이 당시 총리는 “병단이 생산대이자 공작대, 전투대가 돼야 한다”고 정의를 내린바 있다.



신장생산건설병단이 최근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과정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훼손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들 병단이 면화와 태양광 패널 등 신장위구르 지역의 주요 생산품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신장위구르의 인권 문제로 미국 등 서방의 압력이 강해지는 가운데 신장생산건설병단이 집중적인 타깃이 되고 있다. 병단이 위구르인들을 대상으로 수용소를 운영하고 노예노동을 시키는 등 인권탄압을 하고 있다는 주장에 근거해서다. SCMP는 “전문가들은 어떤 식으로든 XPCC와 협력하지 않고서는 중국의 면화 및 섬유 산업과 거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미국 정부는 신장생산건설병단 및 병단 수뇌부들을 제재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렸다. 병단 조직과 해당 인사들의 미국내 자산은 동결됐고 미국 국민이 이들과 거래하는 일이 금지됐다. 이후에도 병단 기구와 관련자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고 있다. 신장 지역의 면화와 토마토 등의 미국 수입을 금지했는데 이것도 결국 병단을 타깃으로 한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웬만한 국가 하나를 봉쇄한 것이다.

중국 신장에서 위구르족 재교육 수용소로 추정되는 건물 모습. 지난 2019년 촬영됐다. /AFP연합뉴스


중국이 전반적으로 경기둔화와 부채증가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신장생산건설병단의 운영도 어려워졌다. 병단이 군대 조직이자 행정조직, 생산조직이라는 점에서 기업운영을 통해 세수를 확보하고 이를 역할에 맞게 지출해야 한다. 지난 2019년 기준 지역 총생산은 2,747억 위안(약 51조원)으로 중국 전체의 0.3%에 불과했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병단이 관할 위구르인들의 ‘관리’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면서 부실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관리 비용은 일반적인 빈곤 구제에서부터 서방에 의해 인권탄압이라고 비난받는 직업교육 훈련센터 등 감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있다. 특히 최근 이웃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장악 이후 이에 대한 대비로 군사비까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팬데믹에 따른 생산과 수출 감소, 여기에 미국 ·유럽 등 서방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병단의 재정 수입은 크게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채권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신장생산건설병단과 자회사의 채권 발행액은 2018년 34억 위안(약 6,200억원)이었던 것이 2019년 281억 위안(약 5조2,000억원), 2020년 228억 위안(약 4조2,000억원)으로, 특히 올해 들어서는 503억 위안(약 9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또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신장생산건설병단 자회사들의 부채비율은 72~91%에 달했다. 병단의 역할에 맞게 지금까지 이들 부채는 사실상 중국 정부가 떠맡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달라졌다. 중국 정부가 최근 부채관리를 강화하면서 기업들에 대한 무분별한 대출을 끊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의 디폴트 위기가 발생한 이유다. 병단을 일반 기업으로 볼 경우 재정위기가 임박했다고도 간주할 수 있다.

다만 신장생산건설병단은 그 자체로 행정조직이자 군대조직이기 때문에 쉽게 지원을 줄이기도 힘들다. 중국의 신장위구르 지배를 보장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물론 병단도 과거 해체된 적이 있다. 문화대혁명(문혁)이 한창이던 1975년 병단은 폐지되고 관련 업무는 모두 신장위구르 정부에 이양된 바 있다. 하지만 직후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중앙아시아의 이슬람근본주의 확산에 놀란 중국 정부는 1981년 병단을 재건했다. 당시 명칭을 ‘인민해방군 신장군구 생산건설병단’에서 현재의 ‘신장 생산건설병단’으로 고쳤다. 군대 색깔을 다소 뺀다는 취지에서다.

지난 1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위구르족들이 반중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재의 신장위구르의 상황도 비슷하다.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에 따라 이슬람 근본주의의 도전이 재연됐고 위구르족의 독립 움직임도 경계하고 있다. 막대한 부채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병단을 쉽게 포기할 수없는 이유다.

닉 마로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글로벌 무역 수석 애널리스트는 “높은 사회 및 보안 지출과 국제적 긴장의 중심에 위치한다는 현실은 병단이 여전히 중국 당국의 주요 고려 사항으로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이종환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발행 ·편집인 : 이종환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