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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담] '그분' 특검 선 그은 文, '후계자' 이재명에 힘 싣나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이낙연 '사사오입' 불만에도…文 "원만한 경선"

서둘러 이재명 당선 축하하며 '불복' 사전 차단

"검경 신속 수사" 지시로 野 '특검'과 거리두기

李 면담은 즉각 수용...정권 재창출 '원팀' 우선

내주 국감 출석 승부...'그분' '변호사비' 주목

수사 결과 따라 대선 요동...靑 또 고심할 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균형발전 성과와 초광역협력 지원전략 보고’ 행사를 마치고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참석자들과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직접 검찰·경찰 협력 수사를 지시하며 야권의 특별검사 도입 논의에 일단 선을 그었다. 또 해당 메시지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의 경선 불복 조짐도 사전 차단했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면담 요청을 즉각 수용하면서 사실상 이 지사의 정통성에 손을 들어줬다는 분석이다. 다만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로 거론된 ‘그분’이 누군지를 두고 연루자들의 말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이 지사와 의혹 간 연관성은 대선판의 최대 변수로 남았다. 만약 수사 결과가 일부 토건세력의 ‘부동산 투기 문제’로만 일단락될 경우 야권의 특검 요구는 더 거세질 수 있다. 반대로 이 지사와의 연관성이 조금이라도 드러날 경우 여야는 물론 청와대까지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대장동 의혹이 정국의 핵으로 부상한 만큼 다음 주 이 지사의 국정감사 출석, 문 대통령과 이 지사 간 회동, 검·경 수사 속도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왼쪽)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경선 결과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사사오입’ 불만에도…文 “원만한 경선”, 서둘러 이재명 축하

지난 10일 이 지사는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50.29%로 이 전 대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용진 의원 등을 제치고 결선 투표 없이 최종 후보로 본선 직행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측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얻은 2만3,731표와 김두관 의원의 4,411표를 무효표로 처리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즉각 반발했다. 이들을 모조리 무효표로 처리하면서 총 투표수의 모수가 줄어 이 지사의 ‘턱걸이 과반’이 달성됐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정 전 총리와 김 의원이 얻은 표를 유효표로 계산했다면 이 지사의 득표율은 49.31%에 그쳤다. 여기에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득표율은 각각 28.30%, 62.37%로 큰 차이를 보였다. 결선투표를 치렀을 경우 최종 결과가 뒤집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여당은 자연히 그 직후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이낙연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설훈 의원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후보 구속 가능성 발언을 정정할 생각이 없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정정하고 싶지 않다. 그런 상황이 올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게 객관적인 사실”이라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장동) 당사자들을 만나서 직접 들었다. 최소한 세 사람의 당사자를 만났다”고 주장했다.

반면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1일 “민주세력은 분열될 때 5·16 쿠데타, 12·12 쿠데타가 일어났고 광주학살을 막아낼 수 없었다”며 이 전 대표 측을 압박했다. 13일에는 YTN ‘뉴스Q’에서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을 겨냥해 “일베(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 와 다를 바가 없다”고 공세를 펼쳤다. 무효표의 주인공들인 정 전 총리와 김 의원도 11일 각각 ‘원칙’을 강조하며 이 지사에 힘을 보탰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같은 날 곧바로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서 이 지사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축하한다. 경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이례적으로 빠른 대응이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서’ ‘경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 등의 표현까지 쓰면서 사실상 이 지사 선출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또 “선의의 경쟁을 펼친 다른 후보들에게도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며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함께 노력’ 등을 강조하며 경선 불복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당무위원회가 이의제기를 기각하고 이 지사 쪽 손을 들어준 13일 “경선에서 승리하신 이재명 후보께 축하드린다”며 결국 경선에 승복했다. 다만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14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민주당 경선 결과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대장동 수사, 검·경 협력해 신속·철저히”…野 ‘특검’, 與 ‘내홍’ 차단

12일 이어져 나온 문 대통령의 대장동 의혹 수사 지시는 이 지사에 더욱 힘이 되는 결정이 됐다. 특검 논의와 거리를 두고 대선 본선에서 최대 악재가 될 수 있는 의혹을 사전에 털고 가겠다는 의지였기 때문이다. 정부 수사기관 활동에 신뢰를 불어넣어 여권 분열을 막겠다는 의도도 엿보이는 지시였다.

문 대통령이 이날 대장동 의혹을 두고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직접 지시를 내렸다. 문 대통령이 대장동 의혹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었다. 청와대는 지난 5일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냈지만 이는 청와대 참모를 통한 의견이었다.

이번 메시지는 청와대 내에서 일찌감치 검토됐던 입장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주당 대선 경선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참모들의 반대로 발언 시점을 경선 직후로 미뤘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지사가 예상 밖의 대패를 기록하자 청와대도 여론이 심상치 않음을 체감하고 입장 발표를 서두른 게 아니냐는 추정도 나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특히 문 대통령이 “검찰과 경찰의 적극 협력”을 강조하며 야권의 특검 요구에 일단 선을 그었다고 분석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13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문 대통령의 철저한 수사 지시가 야당의 특검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이해가 된다”며 “특검이나 국정조사는 정쟁으로 가자는 것이나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긴급 브리핑을 열고 “특검을 거부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이라며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특검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이준석(왼쪽)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가 14일 경기도 수원 장안구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판교 대장동 게이트 특검 수용’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靑, 이재명 면담 요청 즉각 수용…후계 공식화 수순

문 대통령의 발언 중에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라는 표현도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추가 수사 요구가 없을 만큼 깔끔하게 대선 전까지 수사를 마무리하라는 지침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실체적 진실”을 거론한 것은 여야를 막론한 ‘부동산 투기세력’을 규명하라는 뜻으로 풀이됐다.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1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은 준비 기간만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예상되는 특검과 국정조사를 주장하며 오히려 진상 규명을 지연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이 지사가 집권 여당의 후보로 선출된 마당에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질 리가 만무하다. 특검만이 답”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 외에도 청와대는 민주당 공식 후보로서 이 지사의 대통령 면담 요청을 즉각 수용하며 여권 분열 조짐을 서둘러 수습하는 행보를 보였다. ‘정권 재창출’이라는 대의를 우선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이 지사와 문 대통령 만남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이 지사 측에서) 최근 면담 요청이 있었고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면담 요청은 바로 수용했고 그 형식과 내용에 대해 협의한다는 의미였다.

문 대통령과 이 지사의 만남은 이 전 대표의 이의 제기에 대한 문 대통령 지지층의 표심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다.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형성된 이 지사와의 갈등 관계가 상당 부분 해소됐음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식 회동 시점은 경기도 국감이 끝난 뒤, 이르면 다음주 후반께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과 이 지사는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전국 17개 광역시도 단체장이 모두 모인 가운데 열린 ‘균형발전 성과와 초광역협력 지원전략 보고’에서 우선 얼굴을 마주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 후 이동 중 이 지사에게 “축하합니다”라는 말을 건넸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같은 날 대구에서 열린 대구·경북 중견언론인모임에서 “서로 켕기는 두 사람끼리 생존을 위한 담합 모임”이라고 비판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대체 ‘그분’은 누구…요란한 검·경, 김만배 구속은 실패

문 대통령의 철저한 수사 지시 직후 검찰과 경찰도 존재 이유를 증명하듯 수사에 속도를 냈다. 검찰은 12일 문 대통령 지시를 기다렸다는 듯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해 전격적으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경찰과 대장동 수사 핫라인을 구축할 것도 지시했다.

특히 의혹의 또 다른 핵심 인물,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같은 날 JTBC와의 인터뷰에서 “김씨에게 천화동인 1호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 김씨가 유 전 본부장을 ‘그분’이라고 지칭한 기억은 없다. 가장 큰 형은 김씨”라고 주장하며 의혹을 더 키웠다. ‘그분’이 누군가 하는 문제는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을 통해 의혹의 중심에 선 사안이다. 유 전 본부장보다 더 ‘윗선’이 존재했는지를 규명하는데 상당히 중요한 단서이기 때문이다.

정 회계사 녹취록에는 ‘김씨가 천화동인 1호의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 측근이자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가 검찰에 제출했다는 자술서에는 ‘유 전 본부장이 천화동인 1호는 자기 것이고 김씨에게 차명으로 맡겨 놓았다’는 대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분’이 유 전 본부장이 아닐 수 있음을 암시한 남 변호사 인터뷰 내용은 이들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었다.

김씨는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그분’은 전혀 없고, 그런 말을 한 기억도 없다”며 “천화동인 1호는 내가 주인”이라고 항변했다.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구속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았다”며 김씨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의 수사 준비가 부족했다는 방증이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15일 성남시청을 뒤늦게 압수수색했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이 지사도 수사 범주에는 들어가 있다”면서도 ‘그분’이라는 표현을 두고 “정치인 그분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지검장은 이 지사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등의 수사 상황을 묻는 질문에 “관할이 수원이라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이송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다음주 ‘이재명 국감’ 승부처…수사 결과 따라 대선 또 ‘요동’

위기에 몰린 이 지사의 승부처는 다음주인 18일 행정안전위원회, 20일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문 대통령이 수사 지시를 내린 날 수원 경기도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원래 계획대로 경기도 국정감사를 정상적으로 받겠다”며 지사직 조기사퇴설을 일축했다. 그는 최근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관련해 “인사권자·관리자로서 일부 직원의 일탈 행위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유 전 본부장이 자신의 측근이라는 의혹 제기에 선을 긋고 ‘관리 책임’만 인정하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지사 국감 출석은 이 지사 본인과 여야 모두에 주요 승부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감 출석은 대장동 공세에 칼을 가는 야당은 물론 이 지사 본인에게도 나쁘지 않은 카드가 될 공산이 크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 야당 역시 이 지사의 직접 관여 증거를 제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민주당 의원들이 수적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여당이 이 지사에게 해명 기회를 적극 제공할 수도 있다. 이 지사 입장에서는 중도층과 이탈 조짐이 보이는 일부 여권 지지자들을 설득하는 자리로 국감을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패’와 ‘무능’ 이미지 사이에서 특정 노선을 택해야 하는 점이 이 지사에게 고민거리이다.

청와대 역시 이 지사 당선 순간부터 이 지사와 여러 부분을 물밑 조율해 나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진단된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승복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원팀’을 만들고 당내 내홍 수습을 가장 잘 해 낼 사람도 문 대통령 본인뿐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나 이 지사보다 높은 40% 이상을 기록 중이다. 역대 다른 정부와 달리 지금은 여당의 누구도 임기 말 대통령과 척을 질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대장동 의혹 수사의 최종 결론이 국민들에게 ‘꼬리 자르기’와 같은 인상을 준다면 이는 또 하나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 후보를 좁힌 야당에서 더 강하게 특검 요구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수사 과정에서 이 지사와의 연관성이 규명된다면 이는 더 큰 변수가 된다. 대선판이 뒤집어질 위기에 처하면서 여당 내에서도 동요가 일어나고 청와대의 고심도 더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장동 의혹 수사 흐름에 따라 대선 구도가 더 춤을 출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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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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