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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역전 앞두고 외인 자금 '썰물'…단기 1350원 뚫을 수도

■환율 1300원 돌파

원자재값 급등 속 高환율 맞물려 '6%대 물가' 배제못해

수급 악화에 수출마저 불안…당분간 변동성 확대 불가피

환율이 경제 최대 리스크 부각…"통화스와프 등 강구해야"





13년간 지켜냈던 심리적 저항선 ‘원·달러 환율 1300원’이 끝내 뚫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빨라지는 가운데 세계경기 침체 우려가 급부상하자 위험 통화인 원화 투매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경제위기 때나 볼 수 있는 원·달러 환율 1300원은 우리나라 경제가 무역수지 적자, 외국인 자금 이탈 등으로 위기에 내몰렸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국제 유가 상승, 미국 긴축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환율은 단기간 내 1350원도 돌파할 수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환율 불안이 우리 경제 최대 리스크로 떠올랐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환율 상승에 소비자물가 6% 가시화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원 50전 오른 1301원 8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은 것은 2009년 7월 13일(1315원)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장 시작과 함께 1300원을 돌파했다. 이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 등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필요하면 시장 안정 노력을 하겠다”며 구두 개입성 발언을 내면서 일시 하락했지만 이내 반등해 1300원 선을 다시 넘었다.

환율 상승이 우려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물가 자극이다. 최근 환율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맞물리면서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 올 1분기 물가 상승률의 9%는 환율 때문이다.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물가가 6%대로 진입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생산자물가는 119.24(2015년=100)로 전월 대비 0.5% 오르면서 5개월 연속 상승했다. 환율 변동성 확대는 기업 경영 여건의 불확실성을 키울 뿐 아니라 금융시장마저 뒤흔들고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환율이 물가 경로를 통해 주는 충격이 큰 상태에서 국내 경기가 꺾이기 시작하면 외화 유출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며 “무역수지도 적자라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수출마저 불안…펀더멘털 ‘흔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의 하락 전환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2020년 상반기 코로나 확산 시기 당시의 환율과 비교하면 최근 환율 흐름이 상대적으로 단계를 밟고 올라간 데다 최근에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 격인 수출에서도 불안 징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양호한 편이던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뒤늦게 긴축 대열에 합류한 유럽, 올 4%대 성장이 유력한 중국 등 우리 수출이 기댈 데가 없다. 특히 수급 측면에서는 국민연금 등의 해외 증권투자도 환율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1300원을 돌파한 만큼 다음 빅피겨(큰 자릿수)인 1350원마저 위태롭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당국의 구두 개입성 발언이 시장의 방향성을 바꾸기 어려운 만큼 정책 공백기에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1350원까지 오버슈팅(일시적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환율 변동성 확대 불가피

대내외 변수를 감안하면 환율을 포함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한은에 따르면 미 정책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6개월 동안 국내 주가는 월평균 4.1% 하락하고 환율은 0.5% 상승한다. 실제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주요국 정책 금리 인상 폭과 속도에 따라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이나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증시에서의 외국인 이탈은 무서울 정도다. 올해 1~5월 국내 증시의 외국인 자금 순유출 규모는 95억 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에는 그 기세가 더 강해져 이날까지 19조 3000억 원어치를 팔았다.

다행히 채권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지만 한미 금리 역전을 앞둔 만큼 이마저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인한 원화 가치 하락”이라며 “당분간은 화폐가치가 안정적인 곳으로 자금이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 스와프 등 정책 수단 강구해야

가파른 원화 약세에 당분간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한 한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가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빅스텝만큼은 물가만 보고 결정하지 않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통화 당국 수장으로서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문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당국이 통화 스와프 등 다른 정책 수단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나 다른 신흥국이 미국 국채를 매도해 환율 방어에 나서기 시작하면 연준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통화 스와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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