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행 중인 ‘저출산·고령사회 세부 대책’ 가운데 70여 건이 저출생과 무관하거나 연관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정부의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1~2025)’ 수정과 ‘2024 시행 계획’ 수립이 예정돼 있는 만큼 이 같은 사업부터 솎아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서울경제신문이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따른 2023년도 중앙부처 시행 계획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 329개 세부 사업 중 73건이 저출생과 관련이 낮은 사업이었다.
구체적으로 청소년과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 재무·금융 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이 저출생 대책에 포함돼 있다. 사업 취지는 청년 세대의 자산 축적을 유도하고 보이스피싱과 같은 금융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청년 정책으로는 필요할지 몰라도 저출생과 직접적 관계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처 주요 대책 중 하나인 일하는 방식 및 문화 혁신 사업도 비슷하다. 중소기업에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와 원격 재택근무 체계를 구축해주는 이 사업은 저출생 정책이라기보다 중소기업 지원 정책에 가깝다는 평가가 있다. 지원 목표 기업 수도 700곳에 불과하다. 추가로 △스마트폰 중독 예방 △직장 내 성희롱 구제 방안 △인공지능(AI) 역량을 갖춘 창의 인재 육성 △AI 디지털 교과서 활동 △성 피임 교육 등도 저출생과의 연관성이 낮다. 노동시장 성별 격차 현황 조사와 재직 여성의 경력 단계별 리더십 강화 등도 큰 틀에서 도움이 될 수는 있어도 1차적인 대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부총리급인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취임 직후 성과 평과에 기반한 정책 구조조정을 시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의 체계는 각 부처에서 저출생 정책으로 소위 꼬리표를 달아서 제출한 것들을 모아둔 수준으로 문제가 많다”면서 “부처 입장에서는 저출생 사업이라고 하면 예산을 지켜낼 수 있는 만큼 저출생 해결이라는 큰 정책 목표보다는 가까운 부처 이익에 사로잡히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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