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생한 이른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재판이 4년째 공전하고 있다. 피고인 불출석·기일 변경 등에 따라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법 절차를 무시한 정치권의 무능’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회 내 타협과 협상 기능을 상실하면서 결국 법원 판단에 떠넘기는 ‘정치 사법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재판부 결정마저 내려지지 못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정도성 부장판사)와 형사12부(당우증 부장판사)는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과 관련,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 보좌관 등에 대한 공판 기일을 오는 23일과 11월 15일 연다. 각각 34회, 38회 공판기일로 지난 2019년 20대 국회 패스트트랙 의사 절차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에 따른 특수공무집행방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등 혐의다.
문제는 여야 전·현직 국회의원과 보좌관 등에 대한 공소장이 법원에 접수된 2020년 1월 3일 이후 4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으나 여전히 1심 결론조차 법원이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소된 일부 의원들의 경우 그동안 총선 준비, 코로나 19 사태 등을 핑계로 재판 연기를 수시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여야를 막론하고, 수사·재판 지연 등 이른바 ‘지체된 정의’에 대해 거칠게 비난하고도 정작 늦춰지고 있는 본인들 재판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셈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혐의만 보면 1심 판결까지 수년이 걸릴 사건이 아니다”며 “정치권이 국회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한 판단을 법원에 맡겨두고도, 과정에 대해선 ‘나 몰라라’하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각 당에게 불리한 판결을 재판부가 내릴 경우, 날 선 반응만 내놓으며 판사 선거 등 비정상적인 발언도 서슴치 않고 있다”며 “수사는 물론 재판부에 대한 공격으로 사법부를 흔들고 있는 모양새”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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